클레이 코트는 테니스 경기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특징을 지닌 코트이다. 느린 속도, 긴 랠리, 미끄러지는 움직임 등 클레이 코트 특유의 경기 방식은 많은 테니스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롤랑가로스 경기장은 클레이 코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특별한 클레이 테니스 코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본다.
목차
함께 읽으면 좋은 글
클레이 코트, 진짜 점토가 아니다
‘클레이’라는 단어만 보면 흔히들 진흙이나 점토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클레이 테니스 코트는 실제 점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늘날의 클레이 코트는 다양한 재료가 층을 이루며 조성된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잔디 코트가 기본이었지만, 더운 기후에서 잔디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클레이 코트가 등장하게 되었다.
19세기 말, 프랑스 칸 지역에서 테니스를 즐기던 영국 선수 윌리엄 렌쇼는 뜨거운 햇볕 아래 말라버리는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깨진 도자기 조각을 곱게 갈아 잔디 위에 뿌렸다고 전해진다. 이것이 오늘날 클레이 코트의 시초로 여겨지고 있다.
클레이 코트의 구조와 재료
현대의 클레이 테니스 코트는 총 다섯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아래에는 배수를 위한 토양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위에는 자갈, 석탄 부산물인 클론커(clonker), 잘게 부순 석회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얇게 깔린 붉은 벽돌 가루로 마무리된다. 이 붉은 벽돌 가루가 우리가 흔히 ‘클레이’라고 부르는 표면이다.
이 다층 구조는 총 깊이가 90cm 이상이며, 이는 물 빠짐과 코트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함이다. 경기 중 손상된 표면은 상부 두 개 층을 걷어내고 다시 깔아 복구하며, 이 과정은 롤랑가로스와 같은 주요 대회에서는 거의 매일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미국의 녹색 클레이, Har-Tru
클레이 코트가 모두 붉은 색을 띠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Har-Tru’라는 이름의 녹색 클레이가 많이 사용된다. 이 코트는 천연 현무암을 잘게 부순 재료로 만들어지며, 유지 비용이 낮고 배수가 빨라 클럽이나 지역 경기장에서 선호된다. Har-Tru는 전통적인 붉은 클레이보다 약간 빠르게 공이 튀며, 코트의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클레이 코트 라인 표기 방식
클레이 코트는 다른 코트처럼 페인트로 라인을 긋지 않는다. 대신 천이나 테이프를 이용해 라인을 표시한다. 이는 클레이가 표면에서 계속 움직이고 먼지가 쌓이기 때문에 페인트 라인이 금방 지워지거나 불균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테이프는 튼튼한 못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고정하여 경기 중에도 위치가 어긋나지 않도록 유지한다. 이 방식은 유지보수는 쉬우나, 물리적인 요소가 코트에 존재하기 때문에 트립 위험이 있어 정밀한 시공이 필요하다.
클레이 코트 유지 관리의 중요성
클레이 코트는 설치비는 비교적 낮지만, 유지 관리 비용이 높은 코트이다. 선수들이 슬라이딩하며 표면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평 유지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수분 관리가 핵심이다. 너무 건조하면 먼지가 과도하게 발생하고, 너무 젖으면 공이 튀지 않거나 멈춰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 전과 후에는 물을 뿌려 적정한 수분 상태를 유지하고, 경기 중에도 필요시 물을 뿌린다. 비가 올 경우는 방수포로 코트를 덮어 보호하고, 배수 설계가 잘된 코트는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en tout cas'라는 방식의 코트도 있는데, 이는 배수를 돕기 위해 더 굵은 입자의 붉은 재료를 표면에 덮는 방식이다. 특히 비가 잦은 지역에서 활용되는 방식이다.
클레이 코트에서의 경기 방식
클레이 코트는 다른 코트에 비해 공의 속도가 느리며, 바운드가 높고 불규칙할 수 있다. 이는 랠리 시간이 길어지는 특징을 만들며, 체력과 인내심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클레이 마스터인 라파엘 나달은 슬라이딩 기술과 강한 톱스핀으로 이러한 조건을 완벽히 활용해 ‘클레이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클레이 코트는 공이 튈 때 먼지가 날리고, 선수의 신발과 옷에도 붉은 자국이 남는다. 이러한 특유의 비주얼은 테니스 팬들에게 또 다른 매력을 제공한다.